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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23 당신이 순수했다고? 그럼.. 순수란 무엇인가?

우리는 '순수純粹'란 말을 많이 쓴다. 특히나 '나는 순수한 사람이다'라거나 '저 사람은 순수하다', '우리는 순수하다'는 등으로 사용된다. '순수'의 사전적인 의미는 '대상 그 자체에 전혀 이질적인 잡것의 섞임이 없음'이다.

 

실직자가 한명있다. 건설회사를 20년이상 다녔고 자재파트에서만 10년 이상 일 했다고 한다. 흔히 건설회사 자재파트는 뒷돈이 만연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건설자재라는게 품질차도 천자만별이고 제조일자나 중고여부에 따라서도 가격차가 엄청나지만 건물을 짓거나 다리를 만들고 보면 표가 안난다. 그러니 가격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그걸 눈감아 주는 대가로 금전이 오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렇다보니 관련파트 직원 뿐만 아니라 사장까지도 이 장난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 실직자는 일하는 동안 한번도 뒷돈을 받아본 적이 없고, 비교경쟁과 육안확인을 통해 제대로된 자재만 구입해 왔단다. 필자 말해줬다. 그래서 짤렸다..고... 그래서 짤렸다? 억울하게 짤렸다가 아니고? 그래서 짤렸다고?? 필자는 그래서 짤렸다고 생각한다. 이 실직자와 대화를 해보면 원망이 가득하다. 자신은 순수해서 그런 뒷돈이나 부정거래를 모른다. 그런데 그걸 못한다고 자신을 짜르는게 말이 되나? 라고 말한다. 순수해서? 아니다. 사실 이 실직자는 순수하지 않다. 오히려 확실한 불순물이다. '순수'의 뜻은 '대상 그 자체에 전혀 이질적인 잡것의 섞임이 없음'이다. 그 파트의 모든 사람이 하는 걸 이 실질자가 하지 않았으니, 다른 건.. 이 실직자인 것이다. 보통 흰색이 순수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검은 바탕에 흰색 점을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가? 검은 바닥에선 검은 색이 순수다. 필자가 이렇게 말하니 실직자는 난리를 친다. 그럼, 내가, 그들처럼, 부정을 저질렀어야 하느냐고... 순수하고 싶었다면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본인이 순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것이다.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알아서 다른 길을 찾아봤어야 했는데.. 그걸 안하다보니 아예 짤려 버린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건 내부고발자가 잘못됐다는게 아니다. 필자는 내부고발자를 영웅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어찌 위와 같은 말을 하냐고? 사실 저 실직자 같은 사람들 때문에 사회가 부패하게 된다. '독야청청獨也靑靑'이란 말이 있다. '남들이 모두 절개를 버린 상황 속에서 홀로 절개를 굳세게 지키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실직자가 독야청청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순수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면 휴대폰에 그 당시 가장 재미있는 드라마를 다운받아서 본다. 드라마 몰아보기 만큼 시간을 빨리 보낼 수 있는 건 없다.ㅎ 저번 비행에서 본 드라마는 '비밀의 숲'이란 검찰의 내부고발자를 다룬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에서 내부고발자가 검찰의 내부 고발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내부 고발자는 유서에서 자신을 비리의 공범자라고 해야 제대로 비리를 척결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자신이 내부고발자가 되면 조직은 자신을 조직 부적응자이자 없는 비리를 조작해서 조직을 모함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기에 기꺼니 자신을 목숨을 내놓으면서 공범으로 묶어서 수사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처음 회사를 들어갔다. 부정하고 불법적인게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 들어온 회산데..하면 나만 안하면 되지 뭐..한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서 자기만 안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결국 동조하거나 위의 실직자처럼 된다. 실직됐다고 회사 내부의 비리는 고발하면 오히려 부적응자로 몰리고 심하면 죄를 뒤집어 쓰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아무리 자신은 순수했다고 한들 누가 믿어 주겠는가? 위의 드라마 속 인물처럼 목숨을 내놓을게 아니라면 아닌 걸 알았을 때 사표쓰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사표쓴 이유를 법과 여론에 고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고 대충 견디려 하기에 사회는 부패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순수란건 마냥 좋은게 아니란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순수해서 어떻란 말은 어법적으로도 안맞고 현실과도 안맞는 말이란 걸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순수하려고 하지말고 아닌 것 같으면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순수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주로 관이나 비겁을 쓴다. 남들이 다 하기에 따라갔다는 사람은 주로 관을 쓰고, 남들은 하지만 난 하지 않았다는 사람은 주로 비겁을 쓴다. 어쨌든 주도적인 삶을 살진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공부가 모자란 사주보는 사람들은 관과 비겁을 쓰면 직장생활을 하라고 하지만 필자는 자영업을 더 권한다. 사회가 정의로와지고 부정부패가 없어진다면 필자도 그들에게 직장생활을 하라는 날이 올 것이다. 이 정부에서 가능하려나? 시간이 부족하니 다음 대통령이 잘 뽑히면 가능하려나?

 

 

 

인컨설팅 연구소    이동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