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상가와 나눈 대화

컨설팅사례보고 2018. 4. 28. 13:59 Posted by Eastlaw

한국에서 명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의외로 아부태산이라는 일본 역술인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받는다. 이벤트적 요소가 많은.. 예를 들면 사고당하고 급사하고 이혼삼혼하고..하는 요소가 많아서 사주풀이가 심심치 않아서다. 막장드라마처럼... 그런데 정작 일본의 역술인들은 아부태산의 이론이 현대사회에 적용하기엔 너무 허황되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도 당연한 것이 지금이 사무라이 시대는 아니지 않나? 이런 아부태산의 허황됨에 묻혀 일본 자체의 정통 사주명리학에 대한 연구가 백년 가까이 없다보니 일본의 역술인들은 이론적 기반과 통계적 충실도가 확실한 사주명리학을 외면하고 오만 잡행과 타로, 별점, 신점 등으로 눈을 돌렸다. 그 중 가장 연구가 활발한 부분이 관상이다. 그럼.. 일본이 관상을 잘보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또 아니다. 단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슈화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든 후 다른 점치기 전에 사용하는 간이 도구화 해 버렸다. 관심이 많았던 것이지 음양학과 사주명리학에 기반한 이론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관상을 연구하다보니 단순통계학이나 인상학 정도로 낙후시킨 것이다. 일본에서 나름 인지도 있다는 관상가가 상담을 신청해 왔다. 필자와 인연이 있는 한국의 예전 유명 역술인이 자신의 스승의 스승이었다고 한다. 자신은 관상과 사주명리학을 공부하고 그것으로 밥벌이하는 사람인데, 필자가 블로그와 책에서 말한 부분이 자신이 배우고 공부한 부분과 차이가 있어서 묻고 싶다고 했다. 질문의 요지는 사주자체보다 행동이 중요하고 행동에 따라 삶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자신이 사주를 공부한 결과 사주는 결정론인데 그게 인간의 판단과 행동에 의해 바뀌는 것까지 어떻게 예측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통역하는 분께 다시 물었지만 이 내용이 맞다고 했다.

 

이 사람... 뭐지? 관상도 보냐고 물었다. 자신이 일본에서는 최고 전문가에 속한다고 한다. 필자의 관상을 물었다. 정말 좋단다. 역술인을 하지 않고 사업을 하는 이유가 관상보니 이해 된단다. 뭐가 좋냐니깐 선이 굵고 큼직큼직해서 크게 움직일 상이고 눈빛이 강해 뭐든 제압하고 이룰 수 있는 상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태어나서 처음보는 진하고 선명한 필자의 손금도 상의 급을 높혔다고 한다. 뭐 그냥 듣기에도 좋은 소리다. 다 들은 후 물었다.

 

'필자의 눈빛이 흐려지거나 필자의 눈빛을 보지 않았다해도 관상을 그렇게 봐줄거냐?'

 

아니라고 한다. 당연히 아니라고 답해야 하는 것이다. 관상은 눈빛이 90%이상을 차지하니 말이다. 그래서 필자가 아래와 같이 말했다. 

 

‘관상에서 눈빛이 사주명리학의 행동입니다!’

 

두말 않고 아리가또..하고 돌아갔다. 관상은 결정되어 있지만 눈빛이 맛이 가 있으면 끝이다. 눈빛은 생명의 척도이고 눈이 빛나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단 얘기다. 사주도 관상처럼 이미 결정되어 있다. 사주팔자는 그냥 생일일 뿐이고 그 생일에 난 사람의 통계일 뿐이다. 인간이 자연의 피조물이기 때문에 생일이 똑같은 사람은 똑같은 초기 조건으로 태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람의 후천적 환경에 의해 생성된 기질에 의한 판단과 혁신에 가까운 행동으로 삶의 과정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러니 사주만으로 그것을 읽어서 의뢰인에게 답을 줄 수 있어야 역술로 밥벌이할 자격이 있다. 그 답을 위해 역술가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익혀야 한다. 위의 관상가가 나중에 한가지 질문을 해 왔다. 자신의 사주로 계속 현재 일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답해줬다.

 

'勉強しろ! それでは可能かも...'

 

 

 

인컨설팅 연구소    이동헌

 

 

 

초학자분들에게 메일이나 문자, 방명록, 댓글 등으로 메시지를 자주 받는다. 사실 너무 많아서 답은 거의 안해드린다. 그 중 많은 내용이 사주공부가 정말 어렵다는 말과 그 질문이다. 공부한 내용을 물어보면 사주기초서적을 지나 상리철학이나 우주변화의 원리 같은 초보서적부터 시작해 적천수, 자평진전, 궁통보감의 3대 명리학서를 지나 한국 명리학서의 최고봉인 사주첩경과 명리요강 등까지 전통 사주명리학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을 공부한 후에도 도저히 실전에 적용이 어려워서, 유명한 명리학자들의 비법을 배우기 위해 강의를 듣고, 그래도 적용이 어려우면 일본, 중국, 대만에서 많이 보는 쉬운 명리학 방법인 오운육기, 자미두수 등을 공부한다고 한다. 거기에 주역도 배우고 육효도 배우고 또 뭐도 배우고... 또 그래도 안되는 분은 이제 서양의 별점부터 타로를 배우고는 실제 개업해서는 거의 타로로 먹고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들은 그냥 처음부터 타로만 배우셨어도 이빨로는 먹고 사셨을 텐데.. 많이 도셨다. 역학의 두가지 큰 맥인 주역과 사주명리학의 시초는 복희라고 불리는 중국 역사의 시조가 만든 하도와 낙서에서 출발한다. 처음 하늘을 관찰해 만든 하도를 통해 얻은 선천팔괘로 주역의 괘상을 만들어 주역이 탄생했으며, 하도의 땅에서의 작용을 관찰해 만든 낙서로 10간 12지의 숫자를 얻어 달력으로 삼아 인간이 태어난 때를 알기시작하면서 사람의 일대기를 관찰 통계해 사주명리학으로 발전시켰다. 주역은 뜻인 괘로, 사주명리학은 때인 숫자로 시작됐단 말이다. 그래서 사주를 수로 푼다는 학파도 있다. 어차피 10간 12지가 숫자인데 그걸 굳이 1,2,3,4... 아라비아수로 바꿔 푸는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몰라도 처음 공부하는 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강의꺼리는 되는 것 같아 보인다.

 

요즘 포켓몬고라는 닌텐도 포켓몬스터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옮겨온 AR 게임이 유행이다. 필자의 집에는 포켓몬스터 게임을 블록게임으로 할 수 있는 포켓몬 카드가 넘쳐난다. 필자의 애들이 몇 년전 그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한참 빠졌을 때 마트에 끌려가 주머니를 털린 결과물이다. 이게 뭔데 애들이 이렇게 열광하나 싶어서 카드 내용을 들여다 본적이 있다. 포켓몬 마다 각종 타입이 있는데 전기, 물, 불, 풀, 얼음, 바위, 비행, 고스트 등 무려 18가지이고, 각 타입의 포켓몬스터별로 전투력과 주특기가 다 달랐다. 포켓몬들을 트레이닝 시켜서 대결을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유저들은 자신이 보유한 포켓몬의 타입부터 전투력, 주특기와 그 외에 특성까지 모두를 외워서 상대에 맞설 수 있는 포켓몬을 대결에 출전시켜야 한다. 필자는 이 게임을 보면서... 어? 이거 완전히 사주명리학인데?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10간 12지로 인간 각각이 가진 모든 성질과 특징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고, 어떤 사람과 어울려야 좋고, 어떻게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말하는 사주명리학이나 이 포켓몬스터 게임은 너무나 유사한 면이 많은 것이다. 특히나 필자가 포켓몬이 이상하게 생겼다거나 뭐라고 하면 아이들은 포켓몬은 자기 친구니깐 그러면 안된다고 말한다. 포켓몬스터가 다른 게임들이 범접하지 못할 정도의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요인은 이 휴머니즘이 아닐까? 사주명리학 역시 마찬가지니 말이다.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공부하는 걸 보면 10간 12지에 대한 공부를 수학공부할 때 수와 집합을 공부하듯이 해 버린다. 대부분 그냥 그렇다더라 하면서 패스해버린단 말이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그 10간 12지를 공부하기 위해 매일 같이 몇년동안 등산을 하거나 아예 산으로 들어가는 분들도 계시다. 공부를 안할려고 하면 아예 신경을 안써도 되는 공부이고 제대로 공부하려고 하면 몇년간의 자연관찰이 필요한 공부가 바로 10간 12지에 대한 공부인 것이다. 그렇게 몇년을 산 속에서 투자하지 않는다해도 본인의 생활 속에서도 자연관찰을 통해 충분히 그 공부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안하는게 문제다. 그 기초적이고 사주명리학의 90%이상을 차지하는 간지공부는 뒤로한채 입 밖으로 말하면 있어보이는 사주용어에만 집착하다보니 사주를 제대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사주를 못보는 사주쟁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이 때 이렇게 됩니다.' 라고 말해줬을 때 신강해서, 신약해서, 용신이, 격이, 합인지, 형인지, 충인지, 목화통명이라서, 상생, 상극, 또 뭐뭐라서 그런지 묻는다는 것이다. 그럼 사주 제대로 보는 사주대가는 뭐라고 말하냐고? 이런걸 알려줘도 되나?ㅎㅎㅎ '그때 그렇게 된다고 보십니까?'정도다. 초짜는 '사건'에 집착하고 대가는 '때'를 본다. 이유는 사주는 '사건, 이벤트'이 학문이 아니고 '때, 시時'의 학문이고 때를 따라오는 '운運'의 학문이기에 그러하다. 그 때와 운을 알 수 있는 방법이 간지이고 간지학을 위해서 가장 필수적인 학습과정이 자연관찰을 통한 간지변화를 눈으로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사주를 쉽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썼는데.. 다 쓰고 보니 '뭔 소리야?'라는 말을 들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그냥 간지부터 제대로 공부하라고 한마디만 쓸 걸 싶기도..ㅎ

 

 

인컨설팅연구소    이동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