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식이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 고리타분하게 한자 얘길 잠시 해보자. 학습學習, 배울 학, 익힐 습..해서 학습이라고 한다.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공부란 말은 한자가 있긴 하지만 학습이란 말의 우리말 표현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학습이 공부의 한자어라고 보는게 맞다. 그러니 공부의 진정한 뜻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현대화는 우리에게 슈퍼맨과 박학다식만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과도하게 사회를 시스템화 하려했고, 그 시스템 속에서 부품화될 인간을 생산해 내는 게 공교육의 목표가 되었다. 그렇게 교육받은 부모가 자식을 그렇게 교육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다보면 뭔가 갈증이 생긴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내 자식이 뒤쳐질 것 같은 불안감에서 오는 갈증이다. 그 갈증 해소를 위해 부모는 다른 아이보다 더 많은 걸 경험하게 하고 보여주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경험하고 보여주러 그런 곳에 데려가면 이미 아이들이 엄청 많이 와 있다. 이미 부모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은 모두가 아는 것이 되어 있고, 모두가 꼭 봐야하는게 되어 있다. 처음엔 더 알게해주고픈 마음이었지만 뒤엔 그걸 모르면 내 아이가 뒤쳐진다고 생각하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안해도 뒤쳐지고, 해도 뒤쳐지는 이상한 상황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경험, 관람, 볼거리들은 하나 안하나 똑같은 것이다. 상술에 놀아난 것일 뿐...

 

이제 사주명리학적인 관점에서 육아를 바라보자. 부모는 아이에게 많은 걸 보여주면 자신의 아이가 그것을 보고 스펀지처럼 쭉쭉 받아들일거라 생각한다. 키자니아라는 직업체험 테마파크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것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직업이 있는 걸 알면 아이가 그걸 잠깐이나마 경험해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적성을 찾아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야구장에 많이 간다고 야구선수가 되고 축구장에 많이 간다고 축구선수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사실 아이들은 습習할 시간이 필요하다. 뭐든 익히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럴 땐 되도록이면 혼자 두어야 한다. 명리학에서 이 습의 인자로 보는 것이 인성이고 그 중에서도 편인이다. 정인이든 편인이든 인성이 있는 사람은 좀 게으른 느낌이 든다.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보단 앉아서 지금 눈 앞에 있는 걸 계속 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책을 쥐어주면 책을 읽을 것이요, 고시공부를 하라면 고시공부를 할 것이다. 사주명리학에선 재가 인을 극한다고 보았다. 그러니 재 즉 재물이나 신기한 물건, 놀꺼리가 인을 방해한다. 그래서 공부할 시기에 재운이 들면 공부는 하지 않고 밖으로 돌게 된다. 근데 요즘은 재가 없는 아이들도 부모에 의해서 밖으로 돌려진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밖으로 돌리는게 공부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공부를 못하게 되는 환경을 부모가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공부량이 적은 초등학교 땐 이런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학교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바로 나타난다. 습의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성적이 급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학교 성적 급락은 대부분 부모 탓이다. 노자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不見可欲(불견가욕) 使民心不亂(사민심불란). 욕심이 날 것을 보이지 않으면 사람의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을 것이다란 말이다. 제대로 집중하고 공부를 하게 하려면 되도록이면 공부이외의 것을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는 말로 재해석이 가능하다.

 

천재들의 사주를 보면 대부분 인성이 많다. 그리고 천재들의 어린시절은 심심했다. 심심하니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니 알고 싶은게 생기고 알고 싶은게 생기니 공부를 하고 그 공부 효과는 다른 아이이상이었던 것이다.

 

그래 니 아이는 많이 놀아서 천재냐고 묻는 모자란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심심하게 키우니 심심하단 말은 입에 달고 살지만 이젠 혼자서도 잘논다. 책도 많이 읽는다. 그걸로 만족한다. 나머진 지가 커서 알아서 할 일이다. 부모가 너무 무책임하지 않냐고 물으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 보시라. 옛날에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사회생활을 했던데 비해 지금은 30대가 넘어야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아마도 앞으로 점점 늦춰져서 지금 초등생들은 40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다. 지금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고 부모들이 그것을 조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70살이 넘어서도 자식을 챙겨야할지도 모르는 시대에서 그냥 빨리 놔주는게 자식에게나 본인에게 훨씬 도움이 되는 것 아닐까?

 

현대 사회는 인간의 교육을 컨베이어 밸트에 올려 놓았다. 그래서 애가 천재든 둔재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게 만들어 뒀다. 아주 일부 그것을 뛰어넘는 아이가 있긴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들은 사회에서 격리대상으로 취급받는다. 같은 제조공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속에서 1등이 무슨 의미가 있고 경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재 시점에서 부모들이 갈망하는 돈 많이 벌고 잘나가는 사람들 중 학교 다닐 때 1등한 사람이 몇 있는가?

 

현대의 천재들은 모두 자신만의 리그를 가지고 있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스스로 개척해서 그 분야에 집중한 사람들이다. 그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그들이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할 때 시장조사를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그냥 자신이 관심있는 그 분야를 자신의 의중대로 밀어 붙였더니 자신이 하는 일을 남들이 따라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가 키우고 싶은 우리 아이의 모습은 이런게 아니었나?

 

지금 사회는 가만 있으면 뒤쳐질 것 같은 느낌을 가진 사람들의 시대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세상은 계속 순환하고 있다. 인간이 산다는 건 정말 별게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다가 지치면 이제 과거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다. 그 말은 가만히 내 일만 하고 있으면 사회가 알아서 내가 하는 일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자식들이 해야할 일이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아이가 할 일을 정한다. 그런데 그건 이미 과거에 성공적인 직업이었을 뿐이다. 아이를 과거에 투자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말 자신의 아이가 미래지향적인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전혀 모르는 일을 아이가 하려 할 때 응원해줘야 한다. 그리고 집중할 수 있도록 관심을 끊어줘야 한다.

 

글을 써놓고 보니 참... 이 시대엔 무의미한 글이 되어 버렸다. 가장 현실적인 학문이라는 명리학도 철학이니 가끔 이렇게 구름 위에 농사도 지어야 하지 않겠나?

 

 

 

인컨설팅 역학연구소    이동헌

 

 

 

 

 

 

방금 전 상담을 하나 마치고 답답한 마음에 글을 쏟아내 본다.

 

아이의 학교를 정할 때 나름 유명하다고 이름난 철학관에서 사주를 봤다고 한다. 아이의 사주로 식당이 천직이고 돈도 벌거라고 요리사가 될 수 있는 조리학과를 추천해 줬다고 한다. 그런데 전혀 아니라서 다시 철학관 투어를 시작하신 분이었다.

 

내가 봐도 이 아이가 식당을 하면 돈이 될 사주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식신 대운이 들어오는 중년이후다. 아이의 사주는 식신이 하나도 없는 비겁만 가득한 사주에 인성이 년과 시에 떠있고 가라앉아 있다. 에이!! 사회경험 없는 사주보는 것들아... 니들은 학교에서 조리수업 듣고 큰 식당이나 호텔 레스토랑 취직하면 바로 요리사가 되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거냐? 이 친구는 아마도 학교에서는 나름 재미있게 요리를 배우고 자기 적성에도 맞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취업을 하면 완전히 달라진다. 몸이 고된 건 기본이고 수많은 동년배들의 비겁에 의한 시기와 질투가 있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살아 남을만한 경쟁력이 있어야 견딜 수 있는 것이다. 또 소위말하는 주방군기란것도 있다. 군대군기보다 더 무섭다는 주방군기 말이다. 선배의 명령에 복종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비겁만 가진 사주를 그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조리를 전공해 한 10년 경험쌓고 식당하면 좋다고 말했다는건 사주를 봐준게 아니고 불구덩이에 집어 넣은 것이다. 10년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사주인지 없는 사주인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사주 봐주는 것들이 아무렇게나 봐준다고 해도 부모님들의 자세만 제대로 되어 있어도 저런 실수는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전공과 직업은 관련이 거의 없다. 10대의 공부와 대학전공은 그냥 관심사이거나 바램이 투영된다. 하지만 실제 직업은 타고난 (사주에 드러나 있는)천성이나 대운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의 사주를 보러가서는 꼭 두 가지를 물어야 한다. 전공은 뭘하면 좋을지와 나중에 뭘 해먹고 살수 있을지... 급하고 편한게 좋다는 마음에 직업이 뭐가 좋으니깐 아이가 싫다고해도 뭘 전공시키면 좋을거라고 생각하는건 부모의 이기심이다. 그 보다는 아이가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게 둬라. 이렇게 말하면 아이가 원하는 전공을 엄마가 원하는 전공으로 세뇌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런 것 역시 부모의 이기심이다. 부모 마음대로 되는 자식은 없다는게 동서고금의 결론 아닌가? 자기가 원하는 전공을 선택한 아이는 나중에 자기가 원하는 직업도 잘 선택하고 그걸 돈과도 잘 연결시키는 힘을 기르게 된다. 반면 시키는대로만 한 아이는 마흔살이 넘어도 부모가 밥숟가락을 들고 따라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소파 방정환선생님은 어린이를 나보다 몇 십년 빠른 사람이라고 하셨다. 아이와 부모를 비교해보면 부모는 이미 출고된지 3~40년 된 중고자동차이고 아이는 이제 갓 출고되서 길들이기 시작한 최신형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중고자동차가 앞에서 달리면 최신형 자동차는 답답하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는데 막혀서 못가고 있을수도 있다는 말이다. 부모는 자기가 아이를 돌봐야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아이들이 살 시대는 부모가 살았던 시대와는 다르다. 그러므로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부모의 제대로된 역할은 자기가 가본 길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 정도이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가려고 하는 길이 자기가 가본 길이 아니라면 제대로된 그 길의 전문가를 같이 찾아서 그 길을 같이 물어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당연히 사주봐주는 사람의 역할도 이런 길, 저런 길에 대한 소개에 그쳐야 한다.

 

나도 부모라서 아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자식에게 좋은 부모운을 주기 위해서는 많은 수련이 필요하다.

 

 

 

 

인컨설팅 역학연구소    이동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