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평생사주를 쭈욱 한번 들려주세요...

난 역학, 넌 미신 2017. 2. 4. 09:57 Posted by 인컨설팅 East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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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자신의 평생사주를 들어보고 싶다는 사람을 본다.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 내 사주를 듣고 싶으니 당신은 줄줄 말해달라는 것이다. 사주는 그렇게 보는게 아니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자신이 지금까지 봐온 인터넷사주나 전화사주, 사주카페에서 본 사주, 비싸게 주고본 사주는 다 그랬는데 당신은 무슨 얘기를 하는거냐고 오히려 되묻는다. 

필자가 사주명리학 서적을 처음 접했을 때는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 당시 컴퓨터프로그래밍과 책읽기에 빠져살았는데, 도서관 소설서고에 읽을 책이 없어서 인문사회서고로 넘어가 각종 철학책을 읽다가 마지막 즈음 주역과 관상, 각종 명리학 서적을 접한게 처음이었다. 지금은 이런 서적들이 흔하지만 그 때만 해도 대형 도서관이 아니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귀한 책들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이 한문으로 되어 있었다. 필자가 한문을 얼마나 싫어하냐하면 대한민국의 한자교육을 책임지고 계시는 한재오 훈장님을 만나서도 제가 한문 너무 싫어해서 읽기 편하려고 역경을 한글로 번역하다가 사주명리학에 입문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그 당시 그 책들을 번역할 때 학교 한문 선생님과 엄청 친해진 기억이 있다. 실제 한문점수는 엉망이었지만...

사실 한명 한명의 사주를 하나하나 봐주는 건 엄청난 고역이다. 그래서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명리학자들의 열망은 사주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놓고, 사주를 보러오면 그냥 프린트해서 주는 것이다. 역술계에서 도사로 추앙받고 있는 분들도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필자가 만든 사주 데이터베이스의 문제는 내용을 붙일 때 너무 문학적이었다는데 있다. 소설을 몇 천권 읽은 직후다보니 글이 술술 풀렸던 것 같다. 그땐 사주풀이란게 신문에 나오는 띠별 운수 정도였다. 신문 오늘의 운세를 읽어보면 정말 미천한 문장력이랄 것도 없는, 고리타분하고 아리까리한 글 한줄이 전부였던 때다. 그러니 필자의 사주 프로그램을 보고 자기 이론도 그런 식으로 풀어달라는 사주대가들이 몇명이나 있었다. 그후 필자가 만든 사주 소프트웨어에 수록된 그런 글들이 080전화사주 데이터베이스로 흘러들어갔고 인터넷사주의 레어데이터 되었다. 돈 많이 벌었겠네 하는 분들도 계신데, 그땐 소프트웨어를 돈주고 사는 사람도 없었는데 무슨..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비는 좀 받긴했다. 어쨋든 사람의 인생이 더 소설같으니 사주와 소설의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주를 입력해서 나온 소설이 자신의 이야기일 확률은 극히 낮다. 사주를 보러가서 그냥 당신의 미래를 읽어준다면 그건 그냥 당신과 비슷한 사주를 가진 사람의 그렇게 죽어간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신의 얘기가 아니란 말이다.

예전에 스님들과의 교류가 좀 있었다. 당연히 묻는다. 자신이 어떤 중이 될 것 같냐고... 인성을 쓰는 스님한텐 학승이 된다고 했고, 재성을 쓰는 스님은 계속할까 의문이 든다고 했고, 식신을 쓰는 스님은 유명한 스님이 될거라고 해줬다. 사주공부를 좀 했다는 스님들이면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 스님이 식신을 쓰면 가장 힘든 것 아니냐고...식신은 인간의 욕망인자이기에 욕구를 단절하고 수도하는 수도자에게는 금기인건 분명하다. 하지만 한마디로 그런 반박을 끊어줬다. '식신을 쓰는 스님은 염불 잘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이견이 있는 스님은 없었다. 일단 스님은 염불을 잘하고 봐야한다. 염불을 잘하는 스님은 그냥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있는 스님들만 봐도 염불을 잘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식신인자인 말 잘하고 글을 잘 쓰니 강연도 하고 책도 내서 부와 명예를 함께 얻고 있다. 옛날엔 면벽도사처럼 수도하는 스님이 대세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스님도 있고 말재주, 글재주로 사는 스님도 있고, 사업수완을 발휘하는 스님도 있다. 그러니 당신은 스님 사주요!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어떤 스님이요? 하고 물어봐야 한다. 꼭 스님사주가 아니라고 해도 스님이 될 수 있는 시대란 말이다. 옛날에는 직업이 관이냐 재냐 식상이냐에 따라 하는 일을 정해도 될 만큼 직업수도 적었고 적중률도 높았다. 그래서 정말 자기 사주대로 살아갔다. 인구가 지금의 1/30도 안되다보니 어떤 직업을 가지는데 경쟁도 거의 없었다. 지금은 전혀 아니다. 그 직업의 사주를 가진 사람이 그 직업을 못가진다는 말이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항상 경쟁에서 이겨오지 않았다면 사주 자체만 보고 그 사람의 운을 예측할 수가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평생사주란 걸 볼 수 있겠나? 그걸 봐준다는 것 자체가 감언이설로 사기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19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평생사주집을 만들어 주는 역학자들이 있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그 아기가 나이대 별로 어떻게 살지, 어떤 문제의 가능성이 있을 때 어떤 판단을 해야할 지를 60대 이후까지 차례대로 연표식으로 써서 주는 것이었다. 지금 그 사주집을 보고 요즘은 이렇게 사주를 봐주는 역학자가 없다고 현대의 역학자들의 실력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그런걸 볼 때면 참 한심하단 생각이 든다. 보이는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평생사주집을 써줄 정도의 역학자라면 그들은 보통 그 집안의 주치의 처럼 대대로 그 집안 사람들의 사주와 대소사를 관장하던 역학자였다. 한 아이의 평생사주집만 써 준 것 같지만 그 아이를 낳은 엄마, 아빠가 결혼할 수 있도록 궁합도 봐주고 결혼날짜도 택일해준 사람이고 아마도 합방과 합궁날도 정해줬을 것이다. 그 아이의 부모이전에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삼촌, 외삼촌, 고모, 이모의 모, 사주, 성향까지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다. 보통 아이가 태어나기 몇 일전부터 그집에 머무르며 아이가 태어나는 정확한 시간에 맞춰 사주를 책 수준으로 써 줬을 것이다. 사주를 봐서 아이의 외모를 예측할 수도 있지만 부모와 집안을 봐도 아이의 외모와 키는 짐작할 수 있고 그 짐작과 사주를 같이 보면 그 아이가 살집이 어떨지, 키가 어떨지, 지능이 어떨지, 끈기가 어떨지 등등이 더 확실하게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집안의 가풍이나 가업을 알고 있다면 조부모와 부모가 어떤 직업을 선호하고 유도할지를 알 수 있으니 직업의 추론도 쉬웠을 것이다. 집안 사람들의 인물만 봐도 사춘기에 자신의 외모 때문에 고민할지 그럴 땐 어떻게 대해줘야할지도 써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의 백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 평생사주를 못봐주는게 더 어렵지 않겠나?

지금까지 필자가 말한 내용을 보고 한가지 사주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지 어떻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결국은 확률 게임으로 가버리는 것이다. 주변의 환경이 그 사주를 가진 아이를 어떻게 유도하냐에 따라서 그 흐름이 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흐름을 정한다는 말이 사주에 상관없이 물길만 내놓으면 물이 흘러가듯이 사람이 살아갈거란 얘기가 아니다. 사람은 자신만의 사주를 산다. 그러니 아무리 어떤 방향으로 유도해도 그 방향으로 가지 않는 사람부터 오히려 그 방향으로 간 것처럼 보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그러니 함부로 남의 사주에, 남의 인생에 관여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이다.

신년이면 새해엔 띠별로 운이 어떻고, 별자리별로 운이 어떻단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혹시 맞으면 좋고 틀려도 재미란 논리다. 그럴거면 왜 그걸 보냐는게 나의 생각이다. 그런 쓸때없는 짓을 전국민이 전언론사와 포털사이트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니면 말고를 부르짓는 것이다. 그런 헛짓할 시간에 그냥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던가, 아무것도 안하는 게 낫다고 본다. 자기가 자기 인생을 방치하고 있으면서 그런 것들로 인생이 어떻게 될지를 점치는 건 정말 의미없는 짓 아닌가?

 

인컨설팅역학연구소   이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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