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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30 명당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어디에?

지난 해 9월 아주 더운 날.. 묘자리를 좀 봐달라는 분이 있어서 거창에 간 일이 있다. 풍수는 공장부지나 사업부지 정도만 봐주지만 워낙 오랜 고객이라 차마 뿌리치지 못한 동행이었다. 이분은 얼마전 농공단지조성공사 때문에 선산이 팔려서 이장을 하는데 자신의 증조 할아버지 무덤에서 그렇게 물이 많이 나오더란다. 흔히 하는 말로 수맥에 묘자리를 쓴 것이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하는 말이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의 신경관절이 그렇게 안좋고 저리더란다. 수맥에 증조할아버지 묘를 써서 후손이 관절이 안좋다고? 근데 그 말을 들은 사람들과 다른 지관이 다들 그렇다고 동조했다. 이후 수맥에 관한 아무말 대잔치가 한동안 계속 됐고.. 결론은 그래서 묘자리를 제대로 써야 한다는 말이었다. 필자가 한마디 했다. 그냥 사장님 사주를 보면 관절이 안좋게 나오는데.. 부모님도 그랬다면 유전 아닐까요? 부모와 자식이 똑같이 그렇다면... 말들이 없다.ㅎ 여기서 한가지 그럼.. 수맥에 묘를 써도 된다는 말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매장을 하는 이유는 시체를 잘 썩게 하기 위해서다. 실제 매장을 하기 이전의 유교의 장례풍습은 집에서 살이 모두 썩게해서 뼈만 따로 안치하는 방식이었다. 뼈에서 살이 썩어서 없어지는 시간을 사람의 혼과 백이 분리되는 기간으로 봤다. 이게 유교의 혼백론의 베이스 사상이다. 그러므로 수맥에 묘를 써서 제대로 시체가 썩지 않는 건 무에서 와서 무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것이므로 안될 일이다. 하지만 그랬다고 산사람이 영향을 받는다는 건 밑도 끝도 없는 썰이란 말을 하고 싶은 거다.

 

필자는 묘자리는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기 보단 산사람을 위한 것이란 견해를 표한 적이 있다. 좌청룡, 우백호라고 하지만 그 관점에서 보면 아래에서 잘보이는 장소가 명당이란 말이고, 그 명당은 남들에게 자랑하기 좋은 곳이 된다. 죽은 조상에게 저 정도 돈을 쓸 정도면 살아있는 후손이 얼마나 잘되어 있나..하고 생각하기 좋은 장소가 명당이란 얘기다. 사실 이 이론은 필자의 주장이 아닌 필자가 알고 지냈던 수 많은 도사님들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풍수의 최고 권위자 분들도 산사람이 좋은 장소가 명당이란 말을 한다고 들었다. 묘자리를 명당에 쓰면 후손이 잘된다는 썰은 전후의 과정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후손이 잘되고 나니 조상 묘자리를 훌륭하게 꾸민다에서... 하지만 이 전후과정을 살피지 않고 현재에 보이는 것만 보다 보니 묘자리를 잘 써야 후손이 잘된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굳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다 해드렸는데도... 명당까지는 아니라도 풍수적으로 좋은 묘자리를 봐달라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 그래서 뜬금없이 산에 끌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분들의 목적은 자신들이 고용한 지관이 하는 말이 맞는 말인지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하긴 필자도 지관들이 자신들이 아는 용어로 땅에 관해서 줄줄 말하면 벙찌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나. 실제로 명당이라고 불리는 묘자리의 가격은 그 주변 토지의 시세와 비교하면 정말 비싸다. 얼마전 해운대 달맞이 인근에서 본 묘자리는 평당 몇천이었다. 주변 시세가 몇만원도 안하는 해안 절벽이나 바닷가 녹지도 묘자리로 명당소리를 들으면 몇백을 줘도 구하기 힘들다. 맹지에 등산을 해야 올라갈 수 있는 위치라 묘를 쓸게 아니면 쓸모가 없는 땅인데, 역으로 묘만 쓸 수 있는 땅이라 그렇게 비싸게 값이 책정된 것이다. 이런 땅을 산다는 건 돈을 허공에 뿌리는 것일 수도 있으니 미약한 필자의 힘이나마 빌려서 제대로된 묘자리를 사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묘자리 명당은 아무 의미 없을까? 묘자리는 후손이 자랑하는 의미라고 위에서 말했다. 다 갖춘 집안이라면 돈만 있으면 좋은 집, 좋은 차는 누구나 탈 수 있다. 하지만 묘자리는 아니다.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원하는 땅을 살 수는 없다. 특히나 묘자리는 그렇다. 그러므로 좋은 묘자리는 최고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그냥 생각해보자. 아는 이가 있는데 조상묘가 선산이나 선영에 있다고 말하는 것과 바다에 뿌렸다고 말하는 것의 차이를... 아무리 허래허식이라고 말하더라도 선산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더 귀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게 한국인의 정서다. 다시 말하지만 좋은 묘자리는 세력을 의미하고, 역으로 없는 세력도 묘자리로 만들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이 좋은 묘자리를 쓰려는 이유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묘자리를 썼다고 해도 자랑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전설의 고향 같은 TV프로그램에서 명당에 몰래 자기 부모묘를 이장해서 대박이 났다는 이야기는 그냥 옛날 잡설일 뿐이다.

 

가끔 고객사의 공장자리를 봐줄 때가 있는데.. 보통 야산을 밀고 터작업을 해서 공장건물을 올리는데, 터 작업을 하기 위해 나무를 먼저 자르거나 뽑고 나면 공동묘지처럼 옛날 봉분이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절개지에는 관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지도에도 없는 묘가 나온다는 말은 조선시대 이전에 조성된 묘지란 말이다. 사실 아직도 고조선시대 터가 발견됐다는 얘기가 종종 나오니 이 정도는 신기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인류에게 매장이라는 장묘문화가 생긴 이후로 묘지로 안쓴 땅이 얼마나 되겠는가? 시골 야산은 거의가 다 묘지고 요즘은 시골 밭에도 묘를 써 놓은 곳이 많이 보인다. 부동산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묘지와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할 만큼 묘지가 산 중에 산재한다.  그 자리가 예전엔 명당이라고 묘를 쓴자리였을 거다. 필자의 집안 묘 하나도 무려 산을 3시간이상 올라야 갈 수 있는 곳에 있다. 50년 전에 장례식 때 상여를 메고 반나절을 갔었다고 집안 어른들이 말씀하신 걸 들은 적이 있다. 명당에 대한 갈구였지 않았을까? 근데 지금은 이 묘를 옮기자는 분들이 많다. 너무 멀다는 것이다. 벌초하기도 힘들고 성묘하기도 힘든 곳이 더이상 명당이 아닌 것이다. 묘를 쓰고 그 직계가 잘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ㅎ

 

명당은 분명 존재한다. 

내 조상 묘를 저기 썼다고 하면 '와~'소리 들을 곳이 그곳이다.

그리고 그걸로 나와 가문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킬 수 있다.

그래서 말한다.. 돈 있으면 하세요...라고..^^

 

 

인컨설팅 연구소     이동헌

 

 

PS. 요즘도 매장을 하는가? 좋은 묘자리 명당있으면 소개할라는 메시지가 예약센터에 많이 온다는데요.. 매장지를 원하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집안의 납골묘를 만들 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여러곳에 분산되어 있는 묘를 한곳에 모으고 또 납골당 비용도 아끼는 나름의 경제적인 이유에서 필요로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