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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08 왜 제 손님은 전부 공짜만 바라는 거죠? 2

작년까지만 해도 주 4일 근무자였는데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보니 토요일에 일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기업사주는 하루를 통으로 예약 잡아도 전화 통화 몇번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간이 자유로운데 개인사주는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 같다. 특히나 멀리서 오시는 분들은 토요일 밖엔 시간이 되지 않아서 사정을 봐드리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지난 토요일은 메르스가 무서워서 KTX 예매를 취소하고 직접 서울에서 운전해서 오신 분과의 상담이 있었다. 근데 이 분은 딱 봐도 중상이다. 스님 상이란 말이다. 게다가 사주구성으로봐서 사주보는 일을 하는게 너무 뻔해서 물었다. 자기꺼 직접보지 왜 구지 멀리까지 찾아오셨냐고... 눈이 빛나신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제목과 같다. 왜 제 손님은 전부 공짜만 바라는 거죠?

 

사주명리학은 사주인자로 봤을 때 인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란 얘기고 숙달이란 얘기다. 그래서 사주는 공부해야 하는 것이고 많은 사람을 봐줘서 숙달되어야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이 분의 사주에는 편인도 들었고 천살도 들었고 해서 사주공부를 해서 업으로 삼으면 잘하실 사주다. 하지만 숙달의 과정이 중요하다. 어떻게 공부해서 쌓였느냐에 따라 사주를 봐서 돈을 만드는 과정이 달라진다. 이 분께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물었다. 대답은 안하고 바로 자기자랑을 시작한다. 일단 자기는 사주로 엄청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인터넷에 있는 사주를 물어보고 답해주는 지식인 같은 사이트에서 답변을 제대로 하기로 소문이 났단다. 채택이 몇 천건이고 자기 이름을 제목에 넣어서 질문하는 사람도 그렇게 많았다고 한다. 그 덕에 사주공부를 시작한지 불과 4년만에 네이버 지식인 쪽에선 최고소리를 들었으며 작년엔 사주카페와 전화사주회사에 스카웃도 되서 지금은 더 조건이 좋은 서울 강남에 있는 사주카페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 그럼 됐지 왜 사주를 보러 운전까지해서 내려왔냐고 다시 물으니 이젠 하소연이 시작된다.

 

난 사주카페란데를 가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사주를 보는데 가격이 정해져 있는데 옵션을 추가할수록 돈이 올라간다고 한다. 기본이 3만원이면 연애운보면 얼마추가, 직장운보면 얼마추가, 궁합보면 얼마추가 이런식이라고 한다. 거기에 뭔 타로를 보고, 별점을 보고 하면 계속해서 값이 올라가는데 자기 손님들은 그런걸 추가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자기 사주카페에 여러 명의 점술가가 있는데 실력은 누가봐도 자기가 낫다고 평가받는다는데 객단가는 가장 떨어진다는 게 이 사람의 불만이고, 그걸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느냐를 컨설팅해달라고 찾아온 것이다.

 

대충 들어도 이 사람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 운들을 돈내고 듣고 싶은 분위기를 못 만드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주에 나와 있는게 아니고 정황이 그렇다는 거다. 역시 맞다고 했다. 그래서 말해줬다. 당신이 사주를 공부한 과정 때문에 그렇다. 4년을 공짜로 공짜 바라는 사람만 상담해준 사람한테 누가 제값내고 사주보려하겠냐고 말했더니...그렇죠.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같은 일을 해도 다른 점이 있다. 프로에게 지불하는 돈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마추어에게 주는 돈은 아깝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비싼데 맛없는 음식점에서 계산하는 느낌이 아마도 이 느낌아닐까? 4년을 공짜 사주 바라는 사람에게 사주를 봐준 마음자세가 어땠을까? 처음부터 그런 마음은 아니었을거라 믿지만 사실 어차피 공짜니깐 틀려도 그만 안틀려도 그만 했을 것이다. 모르는게 있음 그냥 던져보고 맞아도 그만, 안맞아도 그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에게 사주를 물어본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니 책임감없이 봐주는 사주와 재미삼아 보는 사주로 쌓인 실력에 누가 제대로 돈을 내고 싶겠냐는 말이다.

 

물었다. 앞에 앉은 손님이 돈으로 보이는지? 당연하다고 한다. 4년을 반백수로 살았으니 그 사람들이 돈으로 안보이는게 이상하지 않냐고 말한다. 그래서 아직 많이 멀었다고 말해줬다. 당신이 실력은 나보다 좋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 쫒아올 수 없는 점이 있다. 당신은 사주 8자를 보고 어느 대목을 찔러야 손님에게 돈이 나올까를 생각하는 사람이고, 나는 사주 8자를 보고 어느 대목을 메워야 이 사람이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이다. 불안감을 조성해서 돈을 끄집어 내는 건 아마도 구름이 나그네 옷벗기기 처럼 힘든 것일거다. 그리고 난 내 시간이 돈보다 소중한 사람이다. 상담하는 사람에게 받는 돈보다 함께하는 그 시간이 소중하기에 돈 좀 벌어보겠다고 수작을 부리진 않는다는 말이다. 진심으로 대해야 진심이 나오는 법이다.

 

사주를 공부하려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걸 개인사주를 본격적으로 봐주면서 확인하고 있다. 대부분의 분들을 말리지만 해도 될 분들에겐 꼭 하는 말이 있다. 돈 벌려면 하지 말라는 말이다. 사주를 봐주는 직업인이 되겠다는 사람에게 돈을 생각하지 말라는 건 정말 말이 안되는 말이지만 내 말 뜻은 이렇다. 사주를 봐주는 순간만이라도 그 사람을 돈이 아닌 사람으로 봐야한다는 말이다. 돈을 잊고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사주팔자를 봐야 그 사람이 보인다. 사주보는데 직원 여럿둬서 엄격한 분위기 조성하고 시간정해놓고는 정작 사주보러 온사람과는 깊은 얘기 한마디 없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글 배껴적는 감명지 한장 던져주고는 사주봐줬다고, 사주 잘본다고 하는 사주쟁이들은 자기 집 문 앞에 사주 한번 보겠다고 줄서있는 사람을 그냥 돈 그 자체로 보는 사람들이다. 그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분을 보내면서 한 말은... 참 어렵다는 얘기다. 나는 위와 같이 말해줬지만 이 사람은 자신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력해 보겠다고 했지만 잘하실지는 모르겠다.

 

원래 글을 시작한 의도랑 다르게 글이 흘러버렸다. 하기 싶은 말은 이런 것이었다. 어떤 공부든 공부라는건 그걸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공부란건 지식이라 저장용량은 컴퓨터를 따라 갈 수 없지만 그걸 머릿 속에 쌓아가는 과정에 쌓인 인성은 컴퓨터가 범접할 수 없는 인격을 형성하기에... 그 인격이 제대로 서 있어야 쌓인 공부를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인컨설팅 역학연구소    이동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