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명리학을 믿지않는 사람이라도 말하는 중에 '역마살'이란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걸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이 사주명리학 용어 중 '팔자'라는 말 만큼이나 많이 사용하는 말이 '역마살'이란 말일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이 역마살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그 이유는 옛날부터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에게 붙인 말이기 때문일 것이고 또 대부분의 역술인들이 '역마살'을 나쁘게만 풀이해서 일 것이다. 

 

역마살驛이란 말 그대로 '계속해서 돌아다니는 정착하지 못하는 운'을 말한다. 국어사전을 보면 '역마살'을 '액운'이라 써 놓았는데 '액'이란 말 역시 나쁘게 작용함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에 역술인 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이 '역마살'을 나쁘게 보고 있는 건 분명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좀 생각할 부분이 있다. 필자에게 문의하는 많은 현직 역술인들이 자신의 사주풀이와 의뢰인의 사주가 전혀 다르다면서 보내오는 대부분의 사주에 역마살이 들어있거나 역마운이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사주명리학의 역사를 생각해야 한다. 사주명리학이 지금의 틀을 갖춘 때의 중국이나 한반도는 왕이 지배하는 시대였다. 봉건적 구조의 지배형태를 가진 그 시절에 가장 금기시하는 행동 중 하나가 집을 떠나는 행위다. 관가의 허가없이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면 세금이나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도피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무서운 처벌이 따랐다. 또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다니는 기존의 길이 아니거나 인적이 드문 길을 갈 경우 맹수나 산적의 위협을 받아야 했다. 그 외에도 공식적으로 전쟁에 징병되어 집을 떠날 때에는 살아올 날을 기약하지 못했다. 이렇게 과거 집을 떠나면 목숨의 위협을 받는 시대에 생겨난 '역마살'의 해석을 현대에 와서 그대로 적용한다는 건 무리를 넘어 불가능하다고 필자는 본다.

 

현대에 있어서는 사실 역마살이 없이 잘살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인사이동 없는 하급직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사, 농부, 소규모 자영업자와 근무자, 의료계 종사자 정도 뿐이다. 그 밖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먹거리를 찾아 움직여야 돈 벌 기회가 많아지고 더 잘살 기회도 열리게 된다. 사실 땅만 파먹고 살 것 같은 농부도 자신의 지역에서 재배한 작물을 들고 해외에 가서 홍보해서 팔아먹는 시대다. 그런걸 보면 역마살이 없으면 잘 살기 힘들고 역마살이 있어야 잘 사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수많은 역술인들은 역마살을 나쁘게만 풀이하고 있다. 그건 사주를 볼 때 사주를 보러온 현재 그 사람을 봐줄 생각보다는 지나간 과거나 찍어서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걸 원하면서 점집 투어를 하는 사람들도 한 몫하고 있겠지만. 

 

이제 역마살에 대한 생각을 바꾸자. 내가 무슨 일을 하는데 역마살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어디가서 물으니 역마살이 있다고 한다면 난 역마살 때문에 안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 역마살을 어떻게 이용해먹지? 하는 생각을 해야 한다. 위에 말한대로 농부가 역마살이 있으면 멀리가서도 팔아 먹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 능력이 있는 삶이고, 특별한 직업이 없는데 역마살이 있으면 돌아다니는 직업을 구하거나 돌아다니다 보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영업직을 꺼려하는 추세지만 역마살이 있다면 영업직이 오히려 출세와 성공의 매개로 작용될 수 있다. 그 밖에도 각광받는 대부분의 직업은 전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발령이 날 수 있는 직종이다.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역마살은 좋은 것이다.

 

 

 

 

인컨설팅 역학연구소   이  동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