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P그룹 노사모님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에게 경영권이 넘어가고는 오랜만에 하시는 전화라 무슨 일인가 의아해 하면서 받았다. 일찍부터 미안하단 말씀을 하시면서 새벽기도가서 친한 신도분께 어떤 말을 들었는데 마음이 급해서 이렇게 전화했다고 하면서 모그룹 계열사 사장 와이프를 좀 상담해달라는 부탁전화였다. 절대 복잡한 건 아니고 간단하게 답만 해주면 될 것같아서 전화했다고 다시한번 미안하단 말씀을 하시면서 끊었다. 잠시 후 처음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저희 아들이 올해 고3에 올라갔는데 고1 때까지 잘하던 공부를 작년 여름부터 안하더니 이젠 아예 손을 놓을려고 해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건데, 애 아빠는 펄쩍뛰는데 애가 머리가 크니깐 그런 아빠한테 더 반발하고 해서, 너무 답답해서 TV에 자주 나오는 무속인에게 찾아가서 물었더니 애한테 공망살이 끼었다고 3억짜리 굿을 하면 괜찮아 질거라는데, 사모님이 말리시면서 통화 좀 해보라고 하셔서 전화하게 됐어요.'

 

이런 내용이었다. 어디 또 돈에 미친 무당이 하나 다 싶었다.

 

'먼저 공망살에 대해서 말씀드릴께요. 공망살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 주고객층이 소개해주신 노사모님급 정도의 분들이니깐 제 말을 못 믿을 이유는 없을 겁니다. 만약 아드님이 공망살로 공부안하고 말안듣고 하는거라면 다른 모든 사람도 3억짜리 굿을 해야하는데 그런 얘기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그리고 말씀하신 내용은 사실 사주명식을 뽑을 필요도 없는 내용 같습니다. 남편분도 굿하자고 하신다고 했죠? 어차피 돈은 나와 있으니 그 굿할 돈으로 해결방법을 찾아봅시다. 아드님한테 갖고 싶은 악기가 뭐냐고 물어보고 대학들어가면 3천만원짜리 악기 사준다고 해보세요. 목숨걸고 공부겁니다. 그리고 아버님이 원하는 학과 조회해보면 그 과를 전공한 음악가가 엄청 많을 거예요. 반면에 음악관련학과 나온 사람 중에 제대로 이름난 사람은 의외로 적을 겁니다. 일단 학교만 들어가라. 나머지 2억7천은 니 음악하는데 다 투자하겠다. 어차피 음악가가 되도 먹고 살아야하고 이름이 나야한다. 이름 나려면 누가봐도 천재가 아닌 이상에는 다른 것도 잘하면서 음악도 잘하는 사람이 더 유리하다. 확인해봐라. 그러니 지금은 공부해라..고 말하세요. 애가 정말 음악하는걸 원하는게 맞다면 공부 먼저 할 겁니다. 그래도 음악해야겠다고 하면 돈 끊고 집나가서 하라고 하세요. 굿은 하나 안하나 현재 상태와 달라지지 않을거고, 돈이 넉넉하시겠지만 쓸때없는 굿해서 3억 날렸다고 생각하면 아들에게 정상적인 감정을 유지하지 힘든게 현실이니깐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질 겁니다.'

 

그리고 방금 전... 애 엄마분이 전화하셨다. 아들도 아버지도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고맙다고... 

 

 

이래서 여긴 컨설팅 연구소..이다.

 

 

 

인컨설팅 역학연구소 이동헌